북한, 아프간 사태 대미 비난… ‘반미 공동전선’ 규합

북한이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대한 ‘반미’ 국가들의 미국 비난 대열에 동참했다.

북한 외무성은 24일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며 중국 외교부 대변인과 쿠바, 시리아, 이란 외교장관의 미국 규탄 발언들을 연달아 소개했다. 특히 “서방식 민주주의 모델을 아프간에 강요하려던 미국의 20년 노력이 실패로 끝났다”며 “이번 사태는 미국의 말과 행동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충분히 폭로했다”고 전했다. 외무성은 또 ‘아프간 정세에서 발생한 중대 변화는 외부의 민주주의 강요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금 보여준다’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여기에 쿠바와 이란 외교장관, 전 나이지리아 대통령 등이 아프간 사태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지적한 발언들을 소개하며 북한도 같은 입장임을 시사했다. 아울러 “아프간 사태를 놓고 국제사회의 대미 비난이 날로 고조되고 있으며 많은 나라들이 외세에 대한 의존은 망국의 길이라는 교훈을 새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영태 동양대 석좌교수는 BBC 코리아에 “미군 주둔 등 미국식 정책이 실패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반제국주의 정책에 대한 정당성을 대내적으로 부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등 서방세계에 맞선 반미, 반제 정책을 내세우는 김정은 정권이 잘해나가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하나의 사례로 활용하려 한다는 것. 정 교수는 “이번 아프간 사태가 반미에 대해 불안함을 가졌던 북한 내 엘리트 계층, 주도층 등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자칫 희망 찬 미래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흥미로운 점은 북한이 아프간 사태를 놓고 다른 국가들의 비난 메시지를 전하는 수준에서 미국을 간접 비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 외무성은 앞서 지난 22일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국가들의 ‘반테러전’으로 곳곳에서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하며 “이는 테러를 구실로 주권 국가들의 제도전복, 인권 말살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0년간 미국과 나토가 아프간에서 벌린 무모한 군사작전이 10만여 명의 민간인 사망자와 수백만 명의 피난민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프간 내 미군 철수와 탈레반 집권 등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외무성은 지난 20일에도 아프간 사태와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하는 등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대해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는 “북한의 대외적 메시지는 3중, 4중의 의미를 다 계산해서 공개된다”고 말했다. 특히 “‘아프간과 이라크처럼 우리(북한)를 다루지 말아라’,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미국과의 대화가 진행될 때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려는 의지가 내포돼 있다”고 평가했다. 최 대표는 또 한편으로는 “중국이 형성하고 있는 반미 공동전선에 규합하면서 미국을 비난하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며 “북한을 직접 공격하는 사건이 아닌 경우 어디까지나 세력에 편입된 간접적 메시지의 형태를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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